인간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하여 돈, 물건, 시간, 노력 등을 소모하는 일을 소비라고 말한다.
이러한 소비를 통해서 사람들은 생명을 유지하고, 상품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며, 경제를 성장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소비는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돈이나 물품을 써 버리는 과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 왜 사람들은 과소비를 하는 것일까?
어떤 면에서 현대인들은 대도시나 대량 생산 체계가 만들어 내는 평준화와 획일성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구별하고 싶어서 과소비를 한다.
예를 들어, 명품을 구매하려고 하는 이유는 그 물건이 반드시 필요해서라기보다는 명품을 통하여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소비를 부추기는 대중 매체의 메시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소비 생활에 대한 반성 없이 필요 이상의 재화를 소비하는 생활 방식은 문제가 있다. 과소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먼저 그것이 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땀 흘려 일할 의욕을 약화시킨다는 데 있다.
또한, 상품을 과도하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자원 고갈, 환경 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로 말미암은 피해는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에 미친다. 이렇게 낭비와 사치를 조장하는 과소비는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소비는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만큼 소비에 대한 절제와 반성과 책임이 함께 요구된다.
그러면 어떠한 소비 태도를 지니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리는 흔히 자신의 욕구를 정확히 알고, 상품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제력 안에서 최선의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고 교육 받는다.
이것을 경제적 의미에서 `합리적 소비’라고 말한다. 그런데 합리적 소비는 생태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왜냐하면, 합리적 소비는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두므로 환경적 측면을 소홀히 할 수 있고, 제3세계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고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합리적 소비뿐만 아니라 ‘윤리적 소비’가 요구되는데, 이는 소비에 윤리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윤리적 소비는 평화, 인권, 사회 정의, 환경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며,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또한, 윤리적 소비는 나눔과 순환(재활용)을 통하여 이웃 사랑과 친환경적인 삶을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소비를 지향한다. 윤리적 소비의 사례로 ‘녹색 소비’와 ‘착한 소비’를 들 수 있다. 녹색 소비는 무엇보다 환경이라는 가치를 중시한다. 따라서 녹색 소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소비 생활을 의미한다. 세계 여러 국가는 녹색 소비를 돕기 위해 각종 환경 관련 마크를 만들어 환경에 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환경 마크는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상대적으로 적게 일으키거나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제품에 표시된다. 이를 통하여 소비자는 상품에 대한 정확한 환경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기업은 친환경 상품을 개발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처럼 녹색 소비는 소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하여 노력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착한 소비는 인권이라는 가치를 중시한다. 따라서 착한 소비는 가난한 제3세계 생산자가 만든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제값에 사자는 소비자 운동인 공정 무역을 중시한다.
예를 들어, 공정 무역으로 유통되는 커피나 초콜릿을 사는 것이나 어린이의 노동력 착취로 생산된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과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는 제품을 사지 않는다는 점에서 녹색 소비와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