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남산의 유적들은 주로 석탑과 석불들인데, 그것들이 자연과 일체를 이루고 있는 데에 큰 매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온전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들이 드문드문 있기도 하지만, 많은 유적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부서지고 무너지고 하여 원래의 모습을 잃고 있는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온전히 남아 있는 것들은 그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를 매혹시키는가 하면, 온전치 못한 것들 - 폐탑과 폐불들은 그 처연함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도 합니다.
남산 골짜기에 처박힌 폐탑재나 남산 바위 위에 조각되어 마모되어 가는 불상들은 고요히 천년 세월을 증언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남산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탑과 불상, 폐탑과 파불 등은 대부분 깊은 골짜기 같은 데에 고요히 숨어 있지만, 서남산 용장골의 용장사 터 같은 경우에는 삼층석탑과 마애불이 시원한 전망을 거느리고 온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남산 곳곳에 남아 있는 불상들의 형상 속에서 우리는 신라 이후 이 땅의 갑남을녀(甲男乙女), 민초들의 초상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남산 곳곳의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들, 그 얼굴 모습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들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불상의 토착화>라고 부를 수도 있는 이러한 현상은 특히 경주남산에서 풍부한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남산 곳곳에 조성되어 있는 불상들은 거개가 노천에서 천년의 세월을 거친 것들인데, 이들 불상들을 유심히 살피다보면 햇빛이 그 참모습을 보여 주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거기 바위 속에 없는 듯이 있던 부처가 어느 순간 한 줄기 햇빛을 받음으로써 느닷없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술이 행해지고 있는 곳이 바로 경주의, 남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야외박물관>이라 할 경주남산은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우리의 귀중한 <보물>입니다.
남산에는 왕릉 13기,
산성지(山城址) 4개소, 사지(寺址) 150여 개소,
불상 130여 구, 탑 100여 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 등 무려 700여 점의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습니다.
서라벌의 남쪽에 솟았다 하여 <남산>이라 불리는 경주남산은 높이가 500m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코 높지 않은 산이지만 역사적, 문화·예술적, 종교·철학적 측면에서는 매우 크고 위대한 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