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면 사심이 없으니, 마음이 맑아 욕심이 없다.
모든 일을 합당하게 하니, 이것을 정직이라고 한다.
公則不私, 心淸無欲. 事出至當, 是謂正直.
공즉불사 심청무욕 사출지당 시위정직
- 권근(權近, 1352~1409), 『양촌집(陽村集)』 권23 「제사자명시아자길천군규(題四字銘示兒子吉川君跬)」
이 글은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자 학자인 양촌(陽村) 권근(權近)이 자신의 셋째 아들 길천군(吉川君) 권규(權跬)에게 준 명문(銘文)입니다. 그는 아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마음에 새기고 살기를 바라는 네 가지를 글로 지어 주었는데, 이것은 공정함[公], 부지런함[勤], 너그러움[寬], 신의[信]입니다. 위의 글은 그 중 첫 번째 덕목인 ‘공정함’입니다.
세상에 나가 여러 가지 일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능력이 필요합니다. 독서를 많이 해서 견문을 넓혀야 하고,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강한 의지력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심 없는 공정한 마음입니다. 사심 없이 공정한 마음으로 일할 때 결과적으로 모든 일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법이니까요.
오늘날 우리 부모들은 자식 교육을 위해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유학 간 자식을 위해 몇 년씩 기러기 부부로 살기도 하고, 자식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모가 힘든 일을 마다치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희생 위에 자란 자녀는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것만 가지고 바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옛날 분들은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를 더 강조하였습니다. 바른 인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공정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일하며, 남들에게 너그럽고 미더운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바른 인간이 되는 바탕입니다. 아버지에게 이런 올바른 교육을 받은 덕분일까요? 권규의 바른 행실을 눈여겨본 태종(太宗)은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셋째 딸 경안공주(慶安公主)를 그와 혼인시켜 부마(駙馬)로 삼았습니다.
궁금해 못 견디실 분들을 위해 나머지 명(銘) 세 가지도 소개합니다.
부지런함[勤]
부지런하면 게으르지 않으니, 열심히 노력하여 허물이 없다.
직무에 소홀하지 않으니, 이것을 충현(忠賢)이라고 한다.
勤則不怠, 孜孜罔愆. 職無廢弛, 是謂忠賢.
근즉불태 자자망건 직무폐이 시위충현
너그러움[寬]
너그러우면 가혹하지 않으니, 하는 일이 다 어질고 후하다.
군자의 덕은 그 경사가 후세에까지 전해진다.
寬則不苛, 事皆仁厚. 君子之德, 慶流于後.
관즉불가 사개인후 군자지덕 경류우후
신의[信]
미더우면 경망하지 않나니, 유지하기를 성심으로 하여,
그 뜻을 굳게 지키고 멋대로 변경하지 마라.
信則不妄, 持之以誠, 堅守其意, 毋自變更.
신즉불망 지지이성 견수기의 무자변경
출처: 한국고전번역원